한가로운 가을의 하루

오늘은 한가로운 가을의 하루였다.

아침 일어나는 순간 바깥은 부드럽게 내려앉은 안개로 가득찼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가을의 어른들은 이런 날씨를 “꿀잠 얻기 좋은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이 날은 잠을 충분히 자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늦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에는 태양이 서늘한 속삭임과 함께 다가왔다.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하던 중, 창밖에 저녁 때까지 흐트러진 깊은 하늘색의 구름끼리 보들보들한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내가 사는 동네는 시골에 가까워서 인접한 시골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초록풀 위에 하얀 눈을 뿌린 듯한 아침이었다. 그래서 속이 두근두근하지 않았던 적이 없을 것 같다.

그날은 매우 인덕션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날씨였다. 어디에 가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친구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서로 어디에 가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근처 공원으로 결정했다.

출발 전에 집에서 귀여운 피카츄 까마귀 캐릭터 옷을 입고 나왔다. 이 날씨에 피카츄 캐릭터가 꼭 어울렸을 것 같다. 사람들은 날 보며 웃었다.

그래서 저너기 근처 공원에 도착했을 때 관계자들이 이번 주말에 공원에서 청소하는 날이라며 공원을 닫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아쉽게도 계획했던 공원 데이트는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도 피카츄가 입은 옷과 함께 재미난 추억을 만드는 날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피자를 시켜 먹는 동안 함께 이야기도 했다. 시골에서 온 나를 당연시 여기며 대화를 나누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걷기로 했다. 인근에는 큰 동물원이 있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원에 갔다.

그곳에서는 사자와 호랑이 그리고 기린을 볼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같이 여행하는 것처럼 생각되는 좋은 날이었다. 우리는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며 서로의 지식을 넓히기도 했다. 이곳은 정말 우리를 위한 좋은 장소였다.

저녁때 가까워지면서 자정과 함께 안개가 다시 껴안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서 추위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닥으로 똑 떨어져 생긴 반짝반짝한 듯한 온기와 어우러져 깃털 같이 흘러가 버리는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었다. 날이 차가워지면서 손과 발은 점점 지치게 되었다. 등에는 나뭇잎의 낙엽이 내려앉았고. 그 시간이 바닥까지 흘러가기 시작 했다.

점점 온기가 사라지면서 나에게 담배 하나 물어본다. 술을 한잔 했을 때 상상한다.

이 가을에는 가족도 멀리 안으로 숙이거나 까마득하고 비밀스러운 관계에서 외롭게 집에 있는 친구를 위해서 언제든 오랜만에 방문을 해야겠다. 다시 생각하면 그동안 그런 어린 시절의 볼 색을 나에게 준 첫 달은, 가을이라는게 정말 적합한 것 같다.

감사합니다.